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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의 집에 이르는 지도 | 문흥술
저 자 문흥술
판 형 A5
출간일 2004,02.28
페이지수 336
ISBN 8989251214
가 격 12000 원
책소개저자소개목차보기 목록으로

오늘 우리사회에서 문학은 왜소해질대로 왜소해지고 있다. 정보사회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상상력이 대중의 감성을 휘어잡으면서 문학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혹자는 문학이 살아남기 위해 멀티미디어 상상력을 차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더 이상 문학은 고귀한 자태를 지키려 하지 말고 멀티미디어 상상력에 기초한 대중문화의 하수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흥술의 이번 평론집은 지금 문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기를 들면서, 문학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몸치장을 달리하는 것은 좋으나, 다만 한 가지 절대로 변해서는 안 될 사항이 있는데, 그것은 문학은 ' 존재의 집'을 드러내거나 개진하는 '고독한 백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존재의 집'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영혼과 육체가 어우러져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계를 지칭한다. 그러한 존재의 집이 자본주의에 이르러 황폐화되면서 생명의 녹색향기를 상실하게 되었고, 따라서 자본주의에 있어서 모든 위대한 문학은 '존재의 집'을 '드러내거나 개진'한다. 이를 통해, 문학은 모든 새들이 어둠 속에서 길 잃고 방황할 때, 문학만이 홀로, 고독하게, 최후까지, 백조처럼, 어두운 밤하늘을 비상하여 모든 새들이 나아갈 좌표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존재의 집'을 드러내는 '고독한 백조'로서의 문학만이 '유효한 작품'이라 보고 있다. '유효한 작품'은 그 작품이 소속된 시대와 사회의 전체성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 속에 내포된 모순을 비판하고 그 모순이 극복된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모두가 멀티미디어 상상력에 부나방처럼 달려들더라도, 문학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있는 독자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위대한 독자를 위해 '유효한 작품' 을 바치는 것이야말로 오늘 우리 문학에 부과된 엄숙한 사명이다. 따라서 모든 것이 어둠 속에서 방황하더라도, 문학만은 우아한 자태로 최후까지 남아, 모순이 극복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인식의 지도를 작성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먼저 1부 '전망부재로 표류하는 문학'에서 오늘날 문학 본래의 비판적 기능을 상실한, '유효하지 않는' 문학적 견해와 작품들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문학의 운명과 탈대중문화」에서 오늘날 우리 문학이 대중문화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여 그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져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문단 일각에서는, 문학은 멀티미디어 시대의 대중문화로 대체되거나 그 하수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문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대중의 취향에 부합하면서 팔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중문화는 정보사회의 지배논리에 감염된 것으로 결코 현실비판기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에, 문학이 대중문화를 차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문학은 멀티미디어 상상력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를 무차별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시대와 사회의 모순비판이라는 문학 본래의 기능을 망각한 채, 나아갈 방향을 상실하고 모든 빛이 절멸된 지독한 어둠에 휩싸여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문학이 본래의 의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중문화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입장은 「멀티미디어 상상력의 노예가 되어버린 소설들」과 「환상성과 엽기, 그리고 복고주의의 실체」에서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이들 글에서 저자는 오늘 우리 소설이 정보사회의 지배담론 중의 하나인 멀티미디어 상상력을 무비판적으로 차용함으로써, 황당무계한 환상과 공상, 엽기적인 이야기, 엽기적인 섹스가 난무하는 엉터리 소설들이 횡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 소설들은 기본적인 서사구조도 갖추지 못한 채, 일본과 미국의 대중문화 요소를 그대로 차용함으로써 국적 불명의 작품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족주의에 의해 왜곡된 역사와 전망: 김진명 대중소설비판」에서는 김진명 대중소설이 지니는 심각한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대중소설은 흥미위주의 줄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문학 독자층을 넓히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도, 김진명 소설은 마치 본격소설인 양 위장한 채, 독재자를 위대한 민족주의자로 미화하면서, 동시에 국가의 최고정책 결정자 일인의 독재를 최우선시하는 '국가지상주의'로서의 민족주의를 '진정한' 민족주의인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로 인해 이 작품은 핵개발과 군사력의 증대야말로 최고의 미덕인 것처럼 강조하면서, 군사독재정권에 의한 보수 우익화를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방향으로 설정함으로써, 70-80년대의 군사독재정권의 논리에 감염된 위험한 작가의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족문학론의 위기와 실체, 그리고 올바른 방향: 백낙청 교수의 민족문학론 비판」은 백낙청 교수가 주장하는 전지구시대의 새로운 리얼리즘론이 리얼리즘의 본래적 기능을 사상한 채, 리얼리즘을 한갓 소설의 수사학적 장치로 규정함으로써 오늘날 민족문학론의 존립 근거를 뿌리에서부터 흔들리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분단체제론의 경우도 그것이 한국의 특수한 현실에서 도출된 과학적 논의가 아니라 다분히 추상적이고 심정적인 차원에서 설정된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2부와 3부에서는 1부에서 제시된 현재 우리 문학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문학 본래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우리 문학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치열하게 탐색하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이들 논의들을 통해, 저자는 존재의 집을 드러내거나 개진하는 고독한 백조로서의 문학만이 오늘의 위기 상황을 돌파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