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씨의 「큐티클」, 윤이형 씨의 「스카이워커」, 한유주 씨의 「재의 화요일」, 김태용 씨의 「쓸개」, 이장욱 씨의 「고백의 제왕」 같은 작품들이 그런 인상을 더 크게 해주는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대체로 최근 몇 년 사이에 문단에 새로 출현한 사람들이지만 그 짧은 사이에 무대의 주역과 같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 같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해진 것일까? 여러 부정적인 영향들을 빼놓고 보면 결국 이들 작가들을 통해서 시대적인 감수성의 변화를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변화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이야기 속의 인물이든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든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저마다 자기 이야기를,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자 하는 경향은 언제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것일까? 그런데 이 이야기는 공동체 또는 사회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개인적인 경험을 가진 인간의 이야기이고, 플롯화한 사건의 전개라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는 이야기의 형식을 띤다. 물론 소설의 형식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없는 법이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이런 성격의 이야기꾼들이 소설에 많이 등장하게 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이번에 올해의 소설로 함께 선정된 〈龍龍龍龍절〉의 박민규 씨나 「스페인 난민수용소」의 최인석 씨 같은 작가는 이들이 문단에 처음 출현할 때는 매우 성격이 유별나고 독립가적인 체질을 갖고 있다는 품평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완연히 균형 잡힌 사유가들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오늘의 소설집’에는 김경욱 씨의 『위험한 독서』, 김연수 씨의 『밤은 노래한다』, 김중혁 씨의 『악기들의 도서관』,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 이승우 씨의 『오래된 일기』, 정지아 씨의 『봄빛』, 정철훈 씨의 『카인의 정원』, 황석영 씨의 『개밥바라기 별』, 황정은 씨의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등이 선정되었다. 이 목록에서야 비로소 낯익은 이름들이 모습을 나타내고, 그들이 아직 우리 문단을 떠받들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런데 이 ‘오늘의 소설집’과 위에서 말한 작품들에 모두 이름을 나타낸 작가가 바로 김연수 씨로 올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작품이 그의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19회)이며, 작품집 또한 그의 『밤은 노래한다』(16회)이다. 이 작가는 오늘의 문단에서 가장 맹렬하게 활동하면서 마라토너처럼 지치지 않는 성실함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이 작가의 작품들에는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는 ‘이야기꾼’들이 자주 등장하곤 하는데, 이것은 그가 2009년 ‘오늘의 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2008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은 좋은 소설 8편과 좋은 작품집 9권을 선정했다. 책의 후미에 추천위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소설가와 작품, 소설집을 목록으로 작성하여 부록으로 덧붙였으며, 독자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선정된 좋은 소설에는 작가의 ‘창작작노트’와 문학평론가의 해설도 함께 실었다. 또한 ‘좋은 소설집’으로 선정된 9권의 소설집에 대해서도 문학평론가에게 서평을 청탁하여 실었다.
■ 펴내면서
<오늘의 소설>
김연수 -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10
해설_소영현 이야기의 얼굴들, 기억의 흔적을 스쳐 가는·31
김애란 - 큐티클·38
해설_박진영 한 줌의 취향을 위해 버린 것과 버려야 할 것들·71
김태용 - 쓸개·78
해설_방민호 오독의 문제·100
박민규 - 龍龍龍龍·106
해설_김남혁 따뜻한 위로와 발랄한 상상력 밖의 자리·136
윤이형 - 스카이워커·144
해설_장선규 스윙 바이swing-by의 글쓰기·184
이장욱 - 고백의 제왕·192
해설_박진 고백의 형식, 고백의 의미·223
최인석 - 스페인 난민수용소·230
해설_고봉준 수용소, 그 핏빛 진실의 공간·260
한유주 - 재의 수요일·266
해설_함돈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수요일·289
<오늘의 소설·서평>
서희원 『위험한 독서』를 위한 알리바이 혹은 아이러니·294
― 김경욱 『위험한 독서』, 문학동네
조효원 밤을 노래할 권리·300
―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문학과지성사
주지영 ‘피터 팬’적 마니아들, 그 절반의 입사식入社式·305
― 김중혁 『악기들의 도서관』, 문학동네
강동호 외롭고 아름다운 사랑의 일방 통행성·312
―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창비
이학영 자기 심판에서 타인의 초대로·316
― 이승우 『오래된 일기』, 창비
강지희 기억과 망각 사이 눈부신 봄빛·321
― 정지아 『봄빛』, 창비
장은수 근적끈적한 문장이 불러낸 검은 죽음의 세계·325
― 정철훈 『카인의 정원』, 민음사
류보선 상징적 자살, 혹은 순종하는 신체로부터 탈주하기·330
― 황석영 『개밥바라기별』, 문학동네
양윤의 유머 있는 사물들의 세계·338
황정은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문학동네
■추천작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