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교 시인의 세 번째 신작 시조집『독작』이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은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났으며, 197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과 [[현대시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4부로 나뉘어져 총 50편의 신작을 수록한 이 시조집은 자칫 유고시집이 될 뻔했던 『가슴으로 오는 새벽』을 낸 지 7년 만에 묶어내는 것이다. 이는 시력에 비해 과작인 셈으로, 시인의 시작에 대한 방법적 추구가 삶에 대한 본연지성인 결곡함과 기질지성이라 명명할 엄결성에 바탕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는 이러한 시정신을 기조로 하고, 한편으로 '민족장르'에 대한 특유의 애정이 공력으로 작용해 1991년 제1회 오늘의 시조문학상(「겨울 광릉에서」), 1996년 제15회 중앙시조대상(「빈손을 위하여」) , 1997년 제7회 이호우문학상(「가슴으로 오는 새벽」)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그리움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이번 시집『독작?』은 외형률이 갖는 규칙적 리듬으로 인해 그 효과를 배가하며 '수용'을 넘어 '초월'의 맥락을 지향하고 있다.
'통렬한 눈물 또는 웃음' 등 많은 시편에서 산견되듯 시인에게 세상은 여전히 버겁고 힘겨우며 알 수 없는 안타까운 허상에 가깝다. 기존의 평자들이 바라본 바와 같이 그 허상은 '허무에 가까운 그리움'으로 인지된다. 때로 그 그리움의 성분은 절망과 슬픔, 눈물과 웃음, 이별과 사랑이 교직돼 '지독한 그리움'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이는 "존재의 근원적인 허무에 대한 성찰이면서 삶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전제돼 있다는 점에서 허무의 적극적 수용 방식으로 단순한 정서의 과잉노출이 아닌 아픔이나 슬픔으로 표상되는" 바, 그 성격은 "현실적 인과율에 놓인 일시적이고 가변적인 형태로서가 아니라, 근원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박시교 시인은 우리 시대, 우리 가락을 풍미한 대표적인 시조시인으로서 형식의 작위성이라는 정형의 틀을 넘어서며 시조 시형의 폭과 깊이를 아우른 시를 추구해 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체로 그의 시는 고달픈 일상과 현실 위에 있는 자아가 자연과 사물로 지칭되는 세계[객체]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에 대한 성찰과 반추, 절망과 회한에 관해 기꺼이 순응하는 방식을 취하면서도 한편으로 고매한 초월의지를 보여준다.
이번 시편 역시 민족시가 가진 특장을 살리면서 순화되고 중후한 정형시 특유의 아우라가 연출되고 있다. 그의 시에서는 시적 대상과 심리적 거리가 잘 조절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용과 형식이 상호조응하며 시의 지평을 모색하는 한 전형을 발견하게 된다. 조선 선비의 의연하고 결기에 찬 꿋꿋한 개결(介潔)이 감지되는 그의 시는 자유시의 영역에서 감당할 수 없는 민족 서정시의 정통성을 단아한 시형 속에 묵묵히 보수해 오고 있다.
그 방법적 추구는 기본적으로 평이와 절제라는 틀거리에 얹혀지며 형상화한다. 시적 화자가 추구하는 그 '절절한 그리움'은 인간 삶의 아픔이자 슬픔이며, '아직도 지상에 말 못할 아픔'으로 남아서 '가슴 속 강이 되'어 '푸른 물빛'으로 일렁인다.
이처럼 박시교 시인이 일관되게 보여준 '보편적 정서의 개인적 굴절과정 혹은 개인적 체험의 보편화 과정은 소재적 차원의 전통계승이라기보다 역사와 동시대를 아우르는 전통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점에서 값진 결실로 평가받을 것이다. 아무렇게나 골라본 그의 시를 한 편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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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 가만히 들여다 볼라치면 // 어디 눈물 아닌 것 하나 있을까만 // 어쩌다 목련꽃 벙그는 화사함도 보게 마련. // 울멍울멍 솟구치던 가슴 속 그리움도 // 목울대 꺼이꺼이 복받치던 울음까지 // 이제는 하나로 잦아들어 노래가 되던 것을. // 그 노래에 애증 얹어 강물처럼 흐르던 것을 // 구비마다 숨죽이던 아픔은 들풀로 돋고 // 이윽고 그 잎에 맺힌 사랑도 보게 되리."
- 「사랑을 위하여」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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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의 시를 한 편 한 편 읽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 아릿한 아름다움에 푹 빠져 버리게 된다. 마음이 어린 소녀처럼 순수해지고 두근두근 가슴 설레게 되는 반면, 어느새 세상의 약자와 정의의 편에 우뚝 서있는 나를 만난다. 이러한 원초적이고 아름다운-인간 본연의 순수와 만나는- 시적 힘이야말로, 일평생 시(시조)의 외길을 꿋꿋이 걸어온 박시교 시인의 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귀한 '카타르시스'이리라.
1945년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났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되고, [현대시학]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1970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시조집 <겨울강>(1980년), <가슴으로 오는 새벽>(1997년), 시조선집 <낙화>(2000년), 4인 시조집 <네 사람의 얼굴>(1983년), 등이 있다. 시조 <겨울 광릉에서>로 제 1 회 오늘의시조문학상(1991년), 시조 <빈 손을 위하여>로 제 15 회 중앙시조대상(1996년), 시조집 <가슴으로 오는 새벽>으로 제 7 회 이호우문학상(1997년), 등을 수상하였다.
시인의 말
1부. 나무에 대하여
2부. 절벽
3부. 통렬한 누물 또는 웃음
4부. 봄산에 가서
해설. 결곡한 삶과 단아한 시형에 담긴 아릿한 그리움의 세계 / 한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