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작가 > 시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 | 천양희
저 자 천양희
판 형 B6
출간일 2003.10.14
페이지수 168
ISBN 8989251133
가 격 6000 원
책소개저자소개목차보기 목록으로

천양희 시인의 '詩로 쓴 영혼의 자서전'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가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은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소월시문학상(1995), 현대문학상(1998)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는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 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이 있으며, 현재 전업작가로 시만 쓰면서 꼿꼿하게 시인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생이 몹시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느껴지던 때, 시인은 무엇엔가 죽도록 시달리다가 놓쳐버린 마음을 가까스로 자신에게 매달렸다 한다. '쓰라, 하루치의 희망이라도 쓰라' 마음가는 대로 쓴 날들이 벌써 25년을 넘었고, 그렇게 매일 하루 한 편씩 썼던 것이 128편이 되었다.
시인은 이 책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에 대해 "내 목숨에 대한 반성문이며 영혼의 자서전"이라고 고백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천양희 시인은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구분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이 치열할수록 삶은 더 잔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슨 일이든 고통 없이는 성장도 없는 것! 시인은 "25년 동안 내 화두는 보이지 않는 마음, 사랑이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랑이 나를 끌고 갈 때 내 침묵에 파문이 일어나고 말에도 결이 생겼습니다. 그 파문이, 그 무늬가, 물결처럼 바람결처럼, 숨결처럼 누군가의 마음속에 스몄으면 합니다. 마음속에 있는 것들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내 몫의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독자여, 읽는 내내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읽으시라 그리고 128편을 모두 다 가슴으로 받으시라.
― 책머리에 중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가 담고 있는 가장 큰 맥은 고독을 넘어선 '詩'와 '사랑'이다. 이 책은 사랑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사랑의 향기를 발한다. 시를 향한 시인의 사랑은 올곧은 인간을 향한 사랑이기도 하다.
강석경 작가는 "시인 천양희는 기쁘거나 슬프거나 내색 않는 바위를 스승으로 삼아 동짓밤 같은 긴 침묵을 지켰다. 고통의 숟가락으로 자기 삶을 파먹으며 속 없는 공어空魚처럼 자기를 비우려 했다. 그것은 기다림이었고 천양희에겐 기다림이 곧 사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정호승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천양희 선생은 맨발로 물 위를 걷는 시인이다. 그는 물 위를 걷다가 물 속으로 발이 쑥 빠질 때마다 시를 쓰면서 다시 묵묵히 물 위를 걸어갔다. 시로 쓴 이 영혼의 자서전은 그가 일찍이 물 위를 걷다가 우리들에게 남겨놓은 고독의 신발 한짝이다. 나는 그 신발을 신고 물 위를 걸어가본다. 한번씩 발이 물에 쑥쑥 빠질 때마다 멀리 수평선 너머로 인간의 외딴섬이 보인다. 고통스러우나 견딜 만한 인생의 비밀이 보인다. 쓸어도 쓸어도 늘 가슴이 아픈 사람들은 이 책을 가슴에 안고 길고 긴 밤을 맞으라. 아침이 되면 햇살처럼 맑고 따스한 시인의 손길이 당신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을 것이다.

천양희 시인은 현재 마들역 근처 작은 주공아파트에서 시만 쓰고 살아가고 있다. 서울특별시에 위치한 그곳에서 시내까지 한번 나오는데는 2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모처럼 광화문에 있는 서점 나들이길에 원고지와 볼펜을 사들고 지하철에 오르는 시인의 뒷모습은 쓸쓸하다. 시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시인에게 오늘의 경제상황은 시인을 마음마저도 자꾸만 외곽으로 밀어낸다.
그러나 죽은 듯한 겨울나무에서 봄꽃이 피지 않던가. 고독은 순수조차 진창에 빠지게 하지만 천양희는 결코 고독과 타협하지 않았다. 집념이라 할지라도, 선인장처럼 가시로 자신을 지키며 형벌 같은 사막에서 꽃이 피길 기다렸다. 긴긴 낮 하지에 수도승처럼 면벽하고, 정신의 시퍼런 파도소리를 들으며 고독의 바닥으로 내려갔다. 시인은 이제 심연에서 잠언을 캐어와 현자처럼 우리에게 들려준다.『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라고.

천양희 시인은 본원적인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고독하다. 시인의 고독은 더불어 살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울특별시에 살면서도 서울시민이 되지 못하는 가난한 삶과 오늘의 현실에서 더욱 따갑게 다가오기에 가슴 저린다. 그러나, 시인이 가장 힘들 때 썼다는 이 한 편 한 편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시인의 고독과 우수가 곧 청량감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서울의 한 구석에서 인간과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는 데서 오는 믿음 때문이다.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에는 그런 세상을 향한 천양희 시인의 따뜻한 눈길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