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최고의 시는 안도현의 「일기」, 시집은 박형준의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작년 한 해 동안 각 문예지에 발표된 신작시들 가운데 좋은 작품들을 선정하여 엮은 『2012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이하 『2012 오늘의 시』)를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하였다.
좋은 시를 선정하기 위해 『2012 오늘의 시』는 120명의 시인, 문학평론가, 출판편집인을 추천위원으로 추대, 좋은 시 84편과 좋은 시조 15편을 선정, 수록하였으며, 작년 한 해 동안 발표된 시집 가운데 ‘좋은 시집’으로 평가되는 25권의 시집(시조집 3권 포함)들도 선정하여 소개하였다. 그리고 기획위원들의 ?2012 한국 시의 미학과 과제?란 주제의 좌담은 지난 한 해 동안 펼쳐진 우리 시의 동향을 점검하고, 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과 작품집을 함께 검토함으로써, 현재 우리 시의 좌표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설문 조사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발표되었던 시편 가운데 안도현 시인의 「일기」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으며, 시집으로는 박형준 시인의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문학과지성)가 선정되었다.
오늘 이 시각 한국시의 현재를 알려주는 ‘2012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들은 세대적으로 진폭이 넓고, 주제적으로 다양하며, 형식적으로 고유성을 드러내고 있다. 각 시들은 저마다 개별성을 발휘함으로써 미적 형식의 단독성을 성취하고 있지만, 그것은 ‘축제의 시’를 향한 시적 보편성을 향하고 있는 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들이 살고 있는 시각은 모두 ‘지금-시간’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적 활력을 보여주고 있는 오늘의 한국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이라고 한다면, 시인의 서방정토를 위해 이 시들이 ‘오늘의 우울과 경박’을 초월하거나 삭제하거나 배제하거나 예외로 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12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안도현의 「일기」와 박형준의 시집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에도 이런 특징은 잘 나타난다. 공히 이 두 작품에서 나타는 시적 현실은 화려하지 않은 현실이다.
안도현 시의 시적 현실은 고요하고, 박형준 시집의 시적 현실은 대체로 남루하다. 그러나 이 고요하고 남루한 시적 현실을 사는 시인의 삶이나 세계를 대하는 태도, 거기에서 비롯되는 시적 정서는 결코 남루하지 않다. 안도현의 시에는 은일자적 태도 속에서 삶의 적막을 제 집으로 삼고 다스리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나타나 있다. 시인에게는 이 삶의 태도가 곧 시적 태도와 구별되지 않는다. 박형준의 시집에도 역시 남루한 일상을 살지만 이를 긍정하는 시적 힘이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시인을 둘러싼 현실의 환경은 비루하지만 그 현실을 사는 화자의 태도로 인해 시는 남루하지 않다. 두 시인의 작품들은 표면적으로는 조용하지만, 그 표면 이면의 시적 공력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 저력은 모두 ‘지금-시간’을 대면하고 떠안는 힘에서 나온다.
안도현과 박형준의 작품을 비롯하여 이 책에 실린 시인들만을 현재 한국시의 대표라고 말하는 것은 과장이겠지만, 이 시인들이 자신들의 시에서 살고 있는 시적 현실이 한국시의 ‘지금-시간’을 짐작하게 하는 가장 좋은 예들 중 하나라고 말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또한 말미에 붙인 안도현 시인 인터뷰(박성우)는 고요하고 소박한 시의 삶을 살아가는 시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오늘의 우울과 경박’을 시적 긍정의 힘으로 떠안으며 살아가고 있는 이 고독하고 개별적이며 보편적인 미적 형식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도 감동과 위로의 시간을 부여해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하는 바이다.
박형준/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 취득.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 등단. 시집으로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평론집으로 <침묵의 음>, 산문집으로 <저녁의 무늬> <아름다움에 허기지다>가 있음. 동서문학상, 현대시학 작품상, 소월시문학상, 육사시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