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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에서 출발하는 교육, ‘어울림’을 지향하는 교육
‘각 사람에게 각자의 응분의 몫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할 때, 그것은 곧 실질적 평등을 가져오는 분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분배의 원칙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2300여 년 전에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단순하게 표현된 이 원칙에 따를 경우, 예를 들어 똑같이 잘못했는데 다르게 처벌하거나 성취 정도가 다른데 똑같이 취급할 때, 당연히 우리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낄 것이다. 정의로움이 없는 곳에서는 진정한 행복도 존재하기 어렵다. 이처럼 간명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원칙 앞에서 우리 교육은 과연 정의로움을 드러내고 있는가. 할 말 많은 우리 교육에 대해 어떤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을까.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그 제도화의 수준은 다를지언정 교육이라는 양태는 늘 존재해 왔다. 그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특히 국가가 주도하는 공교육은, 국가의 입장에서 사회통합의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하고, 개인의 입장에서 신분상승의 핵심 기제가 되기도 했다. 사회통합, 그리고 신분상승이라는 것이 교육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하는 두 가지 특징은 아닐 터이지만, 적어도 기능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주류 교육, 보편 교육이 띠고 있는 목적의 거의 전부였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기치를 내걸고 숨가쁘리만치 거침없이 달려왔던 산업화 시대 이후의 우리 교육에 대해 다소 거칠게 평가해 본다면, 어쩌면 한편으로는 남과 ‘같아지기’ 교육, 또다른 한편으로는 남과 ‘구별되기’ 교육은 아니었는지 돌이켜 본다. 남과 같아지기 위해서, 각기 다른 개성과 관심과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표준화되어 있는 학교교육 체제 속에서 적어도 남들 하는 만큼은 해낼 것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양상은 사교육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업성취 결과야 물론 다르겠지만, 적어도 그 결과에 이르도록 해준다는 최소한의 길만큼은 같이 걸을 것을 요구받는다. 분명 ‘다름’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같아짐’을 압박당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같아짐’을 향한 교육 속에서 남들과 비슷해짐으로써 과연 우리는 행복해졌는가. 우리는 혹시 갈등을 야기할까 조금이라도 염려되는 우리 안의 ‘다름’을 애써 외면하면서, 많은 경우에 그 ‘다름’을 ‘틀림’이라고 쉽게 규정해 버리지는 않았는가. 우리가 필요해서 데려온 수많은 결혼 이민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그들의 ‘다름’을 버리고 우리를 흉내낼 것을 은연 중에 강요해 오지는 않았는가. 정규 학교교육 이외에도 행복에 이르는 또다른 길을 찾아 대안교육을 선택한 사람들에 대해 그리 곱지만은 시선을 보내지는 않았는가.
또한, 남과 구별되고 달라지기 위해서, 남보다 좀더 잘하기 위해서, 정작 우리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기성 세대가 만들어 놓은 주류 교육의 매서운 경쟁 시스템 속으로 내몰리곤 한다. 그처럼, ‘구별됨’을 위한 교육 속에서 남들과 차별화함으로써 과연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 부모 세대가 흔히 가지고 있는 온정주의적 입장에 따라, 남과 같아져야 함과 동시에 남과 구별되어야 한다고 피교육자들을 압박하면서, 그 두 가지 쉽지 않은 미션 수행을 위해 빠듯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피교육자들에게 ‘힘들겠다’, ‘안쓰럽다’는 말까지 잊지 않음으로써 병도 주고 약도 주는 모순된 친절함을 보이지는 않았던가.
그렇게 본다면, 다름과 같음의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우리 교육은 그리 정의롭지도 행복하지도 못한 것이었다는 냉혹한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호에 특집으로 실린 세 선생님의 글을 하나의 고리로 엮어 보면, 모두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그 ‘다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진경 선생님은 우리 아이의 지적 발달 수준이 다른 아이들의 그것과 ‘달라야만’, 다시 말해서 더 높아야만 비로소 만족을 느끼는 부모 세대의 집착이 우리 사회에 드리운 병폐를 꼬집고 있다. 유성호 선생님은 우리 안의 ‘다른 이들’로 남아 있는 결혼이민자(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교육이 시급함을 호소하고 있다. 조유미 선생님은 기존의 공교육 체제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다른 교육’, 즉 대안교육의 한 단면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담담히 녹여내고 있다.
‘다름’ 그 자체는 문제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인정받고 존중되어야 할 출발점이다. 그러한 ‘다름’이 단지 ‘같아짐’을 위한 잠정적인 원소로 기능한 후 그저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고유한 다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어울림’으로 진화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같아짐’이 아니라 ‘어울림’을 지향하는 교육을 통해서, 원래 각기 다른 인격과 욕구와 문화적 배경 등을 가진 우리 아이들이 비로소 정의로움과 행복함을 맛보고 더 나아가 후속 세대에게 그러한 교육의 참맛을 전해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한편, 이번 호에서는 역사를 가르치시는 신병철 선생님의 장승 이야기를 통해 우리 문화재 속에 숨겨져 있는 다채롭고 아기자기한 이야기거리를 전해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구중서 선생의 내륙을 가로지르는 장강 기행과 피카소, 미로, 가우디를 낳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도시로 김원일 선생과 함께 떠난다. 새롭게 마련된 ‘엽편소설’ 코너에는 신진작가 김이은의 감각적인 글에 한때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켰던 김승옥의 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일본, 독일, 중국, 페루 등 세계 각국의 문화 예술의 단면을 맛깔스럽게 정돈된 사진과 함께 맛볼 수 있으며, 영화, 연극, 뮤지컬, 문화예술인에 대한 우리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지면들도 마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