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오늘의 시』는 좋은 시인을 공정하게 선정하기 위해 소수의 선정자가 아니라 150명의 시인, 문학평론가, 출판편집인을 추천위원으로 추대하였다. 그리하여 좋은 시 78편과 좋은 시조 11편을 선정, 수록하였으며, 작년 한 해 동안 발표된 시집 가운데 ‘좋은 시집’으로 평가되는 20권의 시집(시조집 3권 포함)들도 선정하여 시집에 대한 서평을 함께 실었다.
설문 조사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발표되었던 시편 가운데 송재학 시인의 「늪의 內簡體를 얻다」(21회 추천)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그리고 이영광, 송찬호 시인이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 시편 「늪의 內簡體를 얻다」는 송재학 언어 감각의 한 절정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늪’이라는 대상과 시를 말해가는 화자 사이의 틈이 거의 없는 채로 형상화되어 있다. ‘보자기’에 싸여 있는 사물들의 오래고 강렬한 감각을 내간체라는 서느런 문체를 통해 전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중진 시인의 가열한 자기 갱신의 의지가 읽혀지는 작품이라 하겠다.
시집으로는 심보선 시인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문학과지성사)(22회 추천)가 선정되었다. 그리고 진은영, 문인수 시인의 시집이 많은 추천을 받았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는 등단 14년 만에 낸 심보선의 첫 시집으로서, 시인 특유의 감각적이고 진솔한 언어에 실려 있는 그리움이랄지 사랑이랄지 운명이랄지 하는 세목들이 다양한 형상적 욕망 속에서 변주되고 있는 개성적이고 아름다운 시집이다.
결국 우리가 읽은 지난 시집과 시편들은, 저마다의 고유하고도 단단한 사유와 감각으로 다양한 시적 음역들을 선보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과 개성이 앞으로의 우리 시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아직 대안 시학을 모색 중인 우리 시단의 과도기적 양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미적 가공의 완결성과 대안 시학의 마련이라는 이중의 고투를 시인들이 치러가야 할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제들에 대해 지난 한 해의 성과들은, 확연한 미학적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탄탄한 미적 완결성을 두루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이 책이 우리 시대의 이러한 시적 지형을 경험하게 하는 유력한 자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정진규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마른 수수깡의 平和』『몸詩』『알詩』『도둑이 다녀가셨다』『本色』『껍질』 등과 시선집 『정진규 시선집』 활판시선집 『우리나라엔 풀밭이 많다』가 있음.
lulu71@kornet.net
송재학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계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얼음시집』『살레시오네 집』『푸른빛과 싸우다』『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기억들』『진흙얼굴』이 있음.
re6666@hanmail.net
<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목차
■ 펴내면서
<오늘의 시>
강형철 이슬비 이용법·12
고형렬 거미의 생에 가보았는가·14
권갑하 겨울 안부·17
권혁웅 기록보관소―C구역·19
길상호 적선·21
김 륭 살부림·23
김명인 저수지 관리인·26
김사인 박영근·28
김선태 말들의 후광·29
김성규 폭풍 속으로의 긴 여행·31
김 언 몽블랑·34
김영남 튜울립 꽃밭·36
김영재 탁족 설법·38
김완하 외로워하지 마라·40
김이듬 마지막 연인·42
김재홍 포돌스키·45
김지녀 드럼 연주법·48
김태형 늑대의 문장·50
김행숙 타인의 의미·52
나희덕 한 아기가 나를 불렀다·54
도종환 바닷가 여관·56
맹문재 피곤한 발을 언제쯤 풀어줄 수 있을까·58
문정희 독수리의 시·60
류인서 여우·62
박라연 상황 그릇·64
박성우 신혼가구의 힘·66
박시교 꽃, 멍울지다·68
박주택 이별가·1·70
박현덕 완도를 가다·72
박현수 겨울 강가에서 예언서를 태우다·74
박형준 몽고반점·77
반칠환 주산지 왕버들·79
배한봉 자본주의의 밤·81
손세실리아 반뼘·83
손정순 장마 끝·85
손진은 항아리에 바친 산·87
송경동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90
송재학 늪의 內簡體를 얻다·92
송종찬 주천에서 생각하다·94
송찬호 가을·96
신달자 벽·98
신해욱 형제자매·99
양문규 그늘 속에는·101
엄원태 6월·103
오 은 모던 타임스·105
오탁번 두레반·108
원구식 어둠의 경로·109
유재영 누리장나무 아래에서의 한 때·111
유홍준 밤의 산등성이·112
이규리 저 푸른 초원·114
이근화 아파트·116
이달균 10년 후, 내 아들은 이렇게 노래할 것이다·119
이덕규 논두렁·121
이병초 골목·122
이상국 아들과 함께 보낸 여름 한 철·124
이성복 나의 병원 혹은 20세기·127
이승은 핏줄·129
이승하 어머니의 아랫배를 내려다보다·131
이시영 아침·133
이영광 고사목 지대·134
이우걸 옷·136
이은규 나무의 눈꺼풀·138
이장욱 무서운 감정·140
이재무 낮잠·142
이재훈 월곡 그리고 산타크루즈·144
이종문 詩法·147
이하석 몽유도원도·148
이현승 나머지의 세계·150
이홍섭 기저귀·152
임동확 작아지는 것도 무한하다·153
장석남 술래 1·155
장석원 이별 후의 이별 1·156
장석주 몽해夢海 항로·158
장옥관 눈꺼풀·161
전기철 빨간 풍선·163
정수자 금강송·166
정진규 공기는 내 사랑·168
정호승 허물·170
차주일 냄새의 소유권·172
채호기 접착제·174
천양희 사라진 것들의 목록·176
최금진 칼춤·177
최동호 돈암동 파 할머니·179
최서림 물금·181
하재연 초원의 빨래·182
한광구 채석강 반달·184
홍일표 고양이와 냉장고의 연애·185
황동규 삶을 살아낸다는 건·187
황병승 육체쇼와 전집·189
<오늘의 시집·서평>
홍용희 풍경의 남루한 진실·195
― 심보선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문학과지성사)
이형권 공부의 마음, 공양의 마음·201
― 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김지선 여기와 거기, 거짓과 진실의 경계에 서기·208
― 유안진 시집 『거짓말로 참말하기』(천년의시작)
송종원 내용 없는 아름다움과 혁명·214
― 정재학 시집 『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민음사)
이 찬 ‘비움’과 ‘보살핌’의 시학·222
― 문태준 시집 『그늘의 발달』(문학과지성사)
유성호 환하게 빛나는 슬픔과 그리움·229
― 박권숙 시집 『그리운 간이역』(동학사)
이재복 비전의 아웃사이더·235
― 김경주 시집 『기담』(문학과지성사)
권 온 돌아온 탕아, 붉은 심장이 부르는‘절실함’에 답하다·241
― 허연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민음사)
오홍진 봉인된 소리는 어떻게 펼쳐지는가·247
― 강희안 시집 『나탈리 망세의 첼로』(천년의시작)
윤호병 ‘낙타’와 ‘나’의 변증법적 일체화 과정·254
― 신경림 시집 『낙타』(창비)
이혜원 틈, 상처 혹은 만남의 장소·260
― 김혜순 시집 『당신의 첫』(문학과지성사)
윤지영 ‘해와 달이 둥근 비밀’에 대하여·266
― 공광규 시집 『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
이정환 白視의 시학·272
― 김일연 시집 『명창』(책만드는집)
김유중 인간다운 온기의 흔적을 찾아·278
― 문인수 시집 『배꼽』(창비)
송승환 소멸의 세계와 의미의 소멸·284
― 여태천 시집 『스윙』(민음사)
오종문 궁핍한 시대, 우리네 삶의 아포리아·290
― 박기섭 시집 『엮음 愁心歌』(만인사)
박슬기 수라修羅의 삶을 껴안는 방식, 사랑·296
― 정끝별 시집 『와락』(창비)
오형엽 시의 배꼽·303
― 진은영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문학과지성사)
이성천 방하착放下着의 시심으로 여는 세상·311
― 이명수 시집 『울기 좋은 곳을 안다』(시로여는세상)
김수이 겸손하고 따뜻한 착지를 만드는 법·316
― 이은봉 시집 『책바위』(천년의시작)
■추천시, 시집 목록